스위치야드 문제 추정, 2014년에도 같은 사고 발생
고리-월성 반경 50km 부산-울산시민 수백만명 불안
원안위-킨스 송전시설 추정 결론은 아직 못낸 상태

“일각에서 오해하는 것처럼 원전이 고장 난 게 아니라 반대로 안전 체계가 설계대로 작동한 것이다.”

지난 3일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가동을 멈춘 고리원전 3,4호기, 신고리 1,2호기 사고에 대해 국내 대학의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내린 논평이다.

극히 당연한 얘기를 마치 원전이 잘한것처럼 미화한 그 교수의 말에서 현재 원전 정지사고를 접하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고리원전 전경.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마이삭보다 강력해진 10호 태풍 하이선이 한반도를 강타한 7일에는 중수로 노형 원전인 월성 2, 3호기 터빈이 정지됐다.

현재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회와 원자력안전검증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킨스)이 사고 발생 즉시 점검 인원을 투입했지만 사고 발생 4일이 지나도록 원인규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원안위는 7일 안전상황을 확인중이라며 송전관련 설비 이상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일본, 프랑스 만이 통과한 미국 NRC 규제도 거뜬히 넘어선 원전 기술 강국 코리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9호 태풍으로 원전이 정지된 후 10호 태풍이 오기전 3일 동안 사고 원전에서는 원안위, 킨스, 한수원, 한전 관계자들이 있었지만 무엇때문에 원전이 가동을 멈췄는지 원인조차 모르고 대충 짐작만 하고 있었다.

아니 원인을 알면서도 이게 한수원 때문인지, 한전 때문인지 누가 더 보상을 해야 할지 등 다른 문제 때문에 발표를 미루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에 국민들은 없었다.

오로지 규제기관-발전사의 이익과 책임 떠넘기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3일 후 들이닥친 더 큰 태풍 때는 사고 원전 30여킬로미터 북쪽에 위치한 월성원전이 정지했다.

만약 추정대로 송전설비 문제가 아닌 지진, 해일 등 중대사고가 원인이었다면 어찌됐을까? 상상하면 끔찍하다. 

용석록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위원장은 이번 사고로 국민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고 항변했다. 그가 탈핵단체를 이끄는 시빈운동가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번 사고원전 반경 50킬로미터 안에는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가 포함돼 있다. 수백만명의 국민들이 사고 원전 주변에 거주하고 있음이다.

독이 든 성배로 지칭되는 효율적인 에너지, 저렴한 에너지 원전이 안고 살아야 할 치명상 때문에 원전 주변 시민들은 이런 사고 발생시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음을 정부 당국은 더이상 몰라서도 숨겨서도 안되는 싯점이다. 

사고 발생 4일이 지나도록 원전 정지사고 원인규명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기술강국 코리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청와대 김제남 시민사회수석도 원전에 대해 잘 아는 인사이고 원자력 담당 선임행정관도 원자력공학을 전공한 수재인데 왜 이렇게 밖에 못하냐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고리, 월성원전 정지사고는 다양한 원인이 나올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국민들이 사고원인에 대해 공감하고 안전하다는 의식을 갖도록 당국이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지금 그게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독일이나 캐나다처럼 원전 안전 규제기관이 민간기구로 독립하고 정부,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마련될때 비로소 국민들은 작든 크든 원전 사고에 대해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원전기관을 믿기 때문이다.  

우린 그게 안된다는 지적이다.

기사 시작에 인용한 국내 원자력계를 대표하는 그 교수의 진단은 이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지난 2012년 대폭적인 교체를 한 원전배전 교체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원안위와 한수원은 이 사실을 즉각 국민들에게 알리고 안전에는 이상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기자가 지난 4일 동안 여러각도로 취재한 바에 의하면 이번 원전 정지사고는 원자로 문제도 아니고 원전 내부의 큰 이상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닌 것으로 종합적으로 판단된다.  

한수원 관계자 및 원전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스위치야드(switch yard), 즉 여러 호기의 발전기 전력을 모아 여러 송전선로로 공급 또는 필요시 외부로부터 수전하기 위해 설치된 전기설비에 문제가 발생해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소비자에게 송전해야 하는데 송전설비에서 문제가 발생하니까 자동으로 원자로가 정지한 것이다. 이게 고리원전 정지의 원인이다.

월성원전 터빈정지도 마찬가지다. 밖으로 나가야 할 전기가 못나가니까 전력을 생산하는 터빈이 과부하가 걸려 정지한 것이다.

이번 고리, 월성원전 정지사고는 스위치야드로 추정되는 송전설비의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원전 노후배관과 관계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원전 시공시 한전이 설치한 외부 장치에서 발생한 것인지 유무 확인 문제다. 발전정지로 인한 하루 손실 수억원이 왔다갔다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정지된 신고리 1호기는 지난 2014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해 스위치야드를 교체한 바 있다.

2011년에는 고리 3,4호기 수전선로를 분리하기로 했지만 이번에 동시에 정지사고가 발생해 당시 이 보수작업이 제대로 됐는지에 대한 여부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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