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 5.8 경주 강진 불구 국내 원전 이상무

▲ 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장이 13일 월성원전 수동정지와 관련, 현장 소장으로부터 대책을 보고 받고 있다.

수동정지 기준 못미쳤지만 스펙트럼 검사 결과 결정
외부전원유입-냉각기 가동유무-주파수 안정 등 고려
역설적으로 수동정지 안해도 됐지만 안전 고려 시행
실제 어느 정도 지진까지 견딜지 정밀 조사 '꼭 필요'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경주지역 지진여파는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계기이자 전국민적인 안전문제 패러다임을 국가적 과제로 만들어준 사건이었다.

진앙지가 활성단층대인 양산단층대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인데 현재까지 4백여차례의 여진이 계속 발생, 국가재난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전국민의 관심이 되고 있는 것은 지진 발생지역에 밀집한 원전의 안전문제다.

이번 20대국회 국감에서 지진대책과 원전안전문제는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규모 5.1, 5.8의 강진이 발생한 9월12일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의 초동 대처는 역설적이게도 환경단체나 비판적 언론 등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내 원전운영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했다는 평가다,

월성원전1~4호가 수동정지 과정과 이번 지진으로 삼중수소 3배 이상 배출 논란 등이 불거졌지만 한수원의 대처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강진 발생 당시 월성원전 지진계측기는 0.1g 이하로 매뉴얼 상 수동정지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스펙트럼 계측기 결과 0.1g가 조금 넘었고 이에 따라 매뉴얼에 규정된 바와 같이 단계적으로 수동정지에 들어갔다고 한수원은 밝히고 있다.                

한수원은 원전 구조물 위치별로 여러개의 지진계로 구성된 지진감시계통을 운영하고 있다.

지진 발생 시 원전 지진계의 계측된 값으로 수동정지 등 관련 절차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번 지진으로 월성원전은 0.0981g가 관측됐다.

이는 원전 수동정지 기준(0.1g) 이하로 관련 절차서(매뉴얼)에 따라 즉시 수동정지 필요성은 없었다.

국감에서 지적하는 자동정지 필요성 문제가 나오는 문제인데 현재 매뉴얼 상 자동정지 기준은 0.18g(규모 6.5) 이상 발생시에 적용한다.

참고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발표한 0.12g는 사업자와 독립적으로 원전부지 인근의 지진활동 감시용이며, 원전에서 계측된 값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월성 원전 수동정지와 관련, 한수원은 9월20일 월성원자력안전협의회를 개최하고 전문가 및 월성지역 주민대표에게 이번 지진과 관련한 한수원의 대책과 월성원전 수동정지에 대한 보고를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규태 동국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지진 발생시 지진크기에 대한 판독분석 시간은 국제적인 기술기준인 Reg. Guide 1.166에 의해 4시간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한수원은 이 기준을 정확히 지킨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지진계 계측과 달리 스펙트럼 분석은 한번만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단계를 거쳐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 맞고 지진감지기의 동작값을 확인하는 것 외에 주요 운전변수 및 설비점검을 통해 즉시 정지 필요성을 판단하기 때문에 이번에 수동정지 결정까지 4시간이 걸린 문제는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한수원은 지진 발생 후 수동정지 결정기간 동안 설비점검 및 감시강화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지진파에 대한 응답스펙트럼 값을 다중적으로 재계산하기 위해 사내 전문가를 통해 독립검토를 추가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진크기에 대한 분석이 완료돼 월성1~4호기 정지를 결정한 후 국가 전력계통의 수급안정을 위해 전력거래소와 협의하는 한편, 정지 전 대체예비 발전력을 확보한 후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순차적으로 발전소를 수동 정지했다.

이는 일반 국민들이 잘 알 수 없는 부분으로 충분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동희 원전산업정책국장은 “만약 4시간 기준보다 서둘러 수동정지를 결정했을 경우 원전 정지에 따른 외부 전원유입 문제, 비상발전기 가동문제 등 원전 안전상태 유지를 위한 충분한 대처가 가능했겠느냐”고 되물었다.

원전을 정지시키면 원자로의 안전을 위해 냉각수가 가동될 수 있도록 비상발전기가 가동되어야 하고 외부로부터의 전원 유입을 확인하는 등 필수 조치가 필요하다.

만약 이러한 사전 대책 없이 월성원전 4기(280만kW)를 순식간에 중단하게 되면 주파수 불안정으로 전력피크가 올 수 있다.     

한수원은 이같은 매뉴얼을 적용, 순차적으로 발전량을 줄이는 감발을 통해 전력주파수 불안정 문제를 최대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경주지진으로 월성1~4호기는 발전소 설비이상 및 위험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안전운전이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안전 최우선 원칙’과 ‘철저한 예방점검’ 차원에서 절차서에 따라 수동으로 정지한 선제적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참고로 국내 원전의 지진대응 매뉴얼에는 지진 발생시 각 원전에 설치된 지진감지기는 원전부지에 관측되는 최대 지반가속도값이 0.01g(원전안전정지지진크기의 1/20)이상인 경우에 지진 경보가 발생하도록 되어 있다.

원전 내진 설계기준은 0.2g(안전정지지진, APR1400원전 0.3g)로 반영되어 있으며 이 값의 50% 크기의 ‘운전기준지진(0.1g)’과 90% 크기의 ‘지진 자동정지 설정값’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 경주지진은 지진 자동정지 설정값에 도달하지 않았으며 발전소 주요 운전변수와 설비 점검결과 안정적으로 운전되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즉시 수동정지의 필요성은 없었다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밝히고 있다. 

유국희 원안위 원자력안전정책국장은 “이번 경주 지진으로 이 지역에 밀집한 원전에 대한 향후 안전대책과 정밀검사를 반드시 수행하겠다”고 밝히고 “한수원의 월성원전 수동정지는 원전안전 운영능력에 있어 한수원이 적절히 대응한 사례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지진에 따른 정부나 원안위, 한수원의 원전 정지 및 향후 안전대책에도 불구하고 좀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할 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남부 일대 지진단층대 현황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경주 지진의 첫 번째 진앙지와 두번째 진앙지가 양산단층대 부근으로 일치하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번 지진은 구마모토 지진 이후에 울산앞바다에 발생한 뒤 더 큰 지진으로 내륙의 활성단층대에서 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구마모토 지진의 에너지가 한반도 동남부 일대의 활성단층대를 자극해서 더 큰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당장 원전의 내진설계 이하의 지진발생이라고 안심할 수만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수원은 단순히 원전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말 대신 각 원전의 점검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환경운동연합의 지적이다.

특히 원전의 내진설계가 아니라 실제 어느 정도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정부는 충분히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내진설계는 설계일 뿐이며 시공과는 다른 문제이며 내진설계 평가에는 설비의 노후화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월성원전 1호기와 같이 오래된 원전일수록 내진설계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정윤 대표는 원자력연구원, 캐나다 원전설계 및 시공과정에 참여한 기술사로 원자력 전공자이기 때문에 환경단체나 시민단체 운동가들의 지적과 달리 무게감이 실린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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