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국내 대표적 공기업으로서 맏형격인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변하고 있다. 한전을 이렇게 바꾸고 있는 조환익 사장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다.

공기업 방만경영 문제가 거론되면 최일선에서 융단폭격을 받는 곳도 한전이요, 과거 정부에서 공기업 민영화(요즘은 민영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가 거론되었을때에도 최일선에서 정권의 입맛을 맞춰준 곳이 한전이었다.

경영합리화라는 명분하에 바로 전 정부에서는 민간CEO 출신 인사가 공기업 한전의 경영을 4년동안 지휘하며 시행착오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2012년 12월 조환익 전 코트라 사장이 한전 사장으로 취임하며 어수선한 한전을 안착시키고 있다. 몇가지 징표가 이

를 대변하고 있다.

우선 지표상 한전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에너지 파동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한전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 탓에 만성적자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조 사장은 사장 취임 이후 1년여만에 흑자구조로 전환시켰다. 물론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극약처방 탓에 가능해진 면도 있지만 역대 사장중 조 사장만큼 합리적으로 또 강력하게 일을 추진한 인사도 드물었다.

 

조직문화가 변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혁신의 징표다. 한전은 민법상으로는 주식회사지만 주식의 절반 이상을 정부가 소유한 공기업이다. 그렇다보니 구성원들의 마인드는 천차만별이다. 구세대는 공무원 마인드가 강하고 젊은세대는 민간기업 마인드가 강하다.

한전을 관통하는 일관된 공통의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 사장이 1년여만에 내린 단안은 집사광익이었다. 조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집사광익을 선포했다.

집사광익(集思廣益). 여러사람의 생각을 모아서 더 큰 이익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자는 의미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중 하나가 세대간 단절과 소통부재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조사장은 한전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는 현실을 개탄하고 신구조화를 통한 합리성을 가치지향점으로 설정했다. 이는 기자와 수차례 가진 인터뷰에서 조사장이 강조한 어법이기도 하다.

조 사장은 직원들과 번개팅을 수시로 한다. 이 자리에는 지위고하가 없다. 자연스레 조직문화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너와 내가 남이 아니라는 공동체 의식이 싹트는 계기가 되고 있다. 번개팅 시행 6개월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6개 발전자회사와의 관계 설정이다. 2012년부터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한 발전자회사들이 맏형인 한전의 말을 더 이상 듣지 않는 구조가 되었다. 이는 지난 정부가 추진하다 중단된 민영화 플랜이 어정쩡한 상태로 남아있는 유산이기도 하다. 전력종합그룹으로 존재하다 현재는 수요관리 및 판매회사로 전락한 한전의 아픔이다.

재무제표상으로는 한전이나 발전자회사들의 잉여배분 구조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발전자회사의 최대지분을 한전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법상으로는 별개의 독립채산제로 움직이다 보니 더 이상 한전과 함께해야할 명분도, 도의적 책임도 없어졌다.

조 사장은 발전자회사와 정례모임을 통해 서로의 이해와 요구를 종합정리하고 있다. 남이 아니기 때문이다. 에너지공기업은 별도의 민간기업이 아니라 국가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운명공동체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한전의 변화중 핵심은 거창하고 수식적인 마스터플랜에서 벗어난 현실적이고 보편타당한 발전지향점에 있다.

조 사장은 한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ESS(에너지저장시스템)에서 찾았다.

조 사장은 “한전은 에너지 대표 공기업으로서 정부의 창조경제와 동반성장을 선도하고 신사업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문제를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로 삼아 신재생에너지와 청정에너지 기술개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면 서남해 해상에 건설될 해상 풍력단지를 비롯하여 활용도가 낮은 저열량 석탄으로부터 전기뿐 아니라 수소 및 합성가스를 만들 수 있는 차세대 발전기술 개발과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처리함으로써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등 환경을 개선하는 기술들을 준비하고 있다.

 

조 사장의 구상은 현실적이다.

전력산업과 ICT기술간 융합을 통해 스마트그리드를 적극 추진하고 지능형 전력계량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여 국가의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전이 향후 5년간 창출할 이 분야의 시장규모만 수천억원 규모다. 한전을 바라보는 전기공사업계가 송배전 현대화작업으로 중소업계 부를 축적했던 1980~90년대의 호황을 재현할 절호의 기회다. 침체된 전력산업계에 활력소가 될 게 분명하다.

특히 전기를 저장 가능한 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저장장치(ESS) 보급과 국내 도서의 전력공급을 디젤발전에서 청정에너지로 공급하는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은 단순한 전력산업을 떠나 국가적으로 새로운 수요 자원을 발굴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 사장은 신재생에너지사업 분야를 성장동력의 한축으로 삼아 우리나라의 한정된 국토와 기후여건 속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활성화하여 국가 신재생에너지 목표달성에 기여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월24일 한전 및 발전자회사는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중 현재 19% 수준인 한전 및 발전 6사의 발전 용량 비중을 오는 2020년까지 61.2%로 높여 신재생에너지 국가목표 달성과 신재생 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 방향을 대내외에 발표한 바 있다.

조 사장이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이 자리잡을 경우 오는 2020년까지 26만7000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한민국이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에는 밀양 송전선 주변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여 참여주민과 수익을 나누는 사업을 시작으로 지자체나 시회복지법인 등과도 연계하여 성과공유형 신재생에너지사업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전은 중국 등에 318MW의 풍력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이런 국내성과를 바탕으로 해외에서의 대규모 해상풍력사업, 태양광사업 등에도 국내기업과 함께 동반진출할 계획이다.

조 사장은 취임 이후 편중된 해외사업을 다변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투자손실에 따른 위험분산 효과도 있지만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저변확대라는 측면도 강하다.

조 사장은 “오는 2020년까지 해외사업에서 전체 매출액 대비 20%인 16조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되던 해외사업을 중동을 비롯한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그 무대를 점차 넓히고 있다. 지난 7월 현재 전세계 20개국에서 총 37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발전분야를 넘어 자원개발, 송배전 컨설팅 등으로 해외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현재 운영단계인 필리핀 사업(1739MW), 중국 사업(6826MW), 요르단 알 카트라나사업(373MW), 사우디 라빅 사업(1204MW) 등에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조 사장은 말했다.

한전 해외사업처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해외사업을 통한 누적 매출액은 약 12조2000억원으로 누적 순이익은 약 1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 사장은 문어발식 해외사업을 지양하고 실질적인 수익구조를 갖추는 사업으로 안착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주기적인 수익성 재평가를 통해 사업구조를 더욱 내실화하라는 주문이다.

또한 아시아의 사업영역을 중국으로 확장한 중국 산서 사업(5907MW)에서는 사업초기 금융위기 및 자원가격 상승으로 적자에 시달려 왔지만 2012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하여 향후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국 대당집단과의 합작으로 시작된 한전 최초의 중국 풍력사업(919MW)은 환경 친화 신재생에너지 확장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하여 시작한 사업으로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중동지역으로 진출영역을 확대한 것도 성과중 하나다.

요르단 알카트라나 사업을 시작으로 사우디 라빅사업, UAE Shu weihat S3사업, 요르단 IPP3사업을 수주함으로써 중동에서의 해외사업 입지를 다지고 있다.

조 사장은 UAE에 이은 제 2원전 수주를 위해 사우디, 베트남, 이집트, 체코 등 신규원전 건설을 계획 중인 국가를 대상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체코, 사우디, 이집트 등 도입예정국의 원전 정책과 시장수요를 수집 분석하여 전방위 협력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한국형 원전의 기술력을 앞세워 해외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한전의 새로운 백년지계를 이어갈 나주 이전이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진행되도록 최적의 정주여건 마련 등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조 사장은 “올연말까지 한전을 포함한 한전KDN, 한전KPS, 전력거래소 등 에너지 관련 기업이 동시 이전함으로써 에너지 사업의 시너지를 창출하여 나주가 에너지밸리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더불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앞장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 삼성동 본사부지 매각은 적법성, 수익성, 투명성 및 공공성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일반매각 방식으로 지난 7월17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했으며 정부의 종전부동산 처리방침, 부채감축 목표 조기달성 등 정부정책과 서울시 공공개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당초 매각시한인 2015년 11월에서 올해안으로 1년여 앞당겨 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만섭 기자 lms@sk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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