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슘 방사성물질 배출 확인 "책임지지 않는 원안위"

30년간 자연증발시설 바닥 배수탱크로 방폐물 방출 확인
설계에 없는 배수시설 만들어 무단으로 방폐물 흘려보내
원자력안전법 "방사선시설 조작 생명 위협 시 징역형 규정
관리감독 원안위 몰랐다며 뒷짐, 연구원에게만 책임 전가
환경운동연합 "원자력연구원 해체 등 전면 개혁해야" 주장

 
원자력 안전관리운영에 심대한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주무부처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책임자 처벌은 고사하고 뒷짐지고 해당 사업자에게만 경고를 주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발생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지속적으로 세슘137, 세슘134, 코발트60 등 인공방사성핵종을 방출해왔다는 의혹을 지난 1월 제보받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개월간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지난 20일 해당시설의 지정권자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원자력연구원에 통보하고 후속조치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원안위는 원자력연구원이 사업자로서 원자력안전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전사적 관리체계와 설계기반 형상관리 미흡, 수동식 운영체계, 안전의식 결여 때문에 이번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하고 원자력연구원 시설 전면조사, 방폐물관련 시설 현대화, 안전관리 기능 강화 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 관리감독 주무관청인 원안위는 이전 잘못에 대한 해명이나 관련자 처벌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사업자인 원자력연구원 측에만 경징계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원자력안전법 제114조(벌칙)에 따르면 "방사성물질등과 원자로 및 관계시설, 핵연료주기시설, 방사선발생장치를 부당하게 조작하여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가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개정 2014.5.21)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원자력연구원 방사성 물질 방출 은폐 의혹은 그동안 환경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심심찮게 지적되어온 문제로 그동안 유야무야 넘어갔다. 

원안위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전된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그동안 시민단체에서 지적해온 내용이 거의 사실이었음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조사결과 지난 30년간 세슘137, 코발트60 등 인공방사성핵종을 방출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고 원자력안전 관리 주무부처인 원안위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적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지난 30년 동안 대전 원자력연구원에선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북대전IC 원자력연구원 진입로 근처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다. 30년전에는 물론 건축물이 없는 야산 상태였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원자력연구원 자연증발시설이다.

자연증발시설은 원자력연구원에서 실험하고 물과 함께 배출된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한곳에 모아두는 시설이다.

방사성물질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물과 함께 배출된 물질을 자연증발시키고 압축된 방사성물질은 경주 방폐물처리장으로 이동, 보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자연증발시설의 저장량이다.

30년전 외부에 방폐물 무배출을 위해 설계된 자연증발시설의 지하 오염수 저장탱크 배출배관이 폐회로를 구성하도록 되돌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외부로 배출되도록 외부 배출배관이 설치되어 있어서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배출된 것이 확인됐고 이에 따라 원자력연구원은 인위적으로 혹은 속이면서 주변 하천으로 오염수를 흘려버린 것으로 원안위 조사결과 드러났다.

자연증발시설을 확충하면 될 것을 그냥 흘려 버린 것을 두고 원자력안전 전문가 및 환경단체에서는 과거 원안위와 원자력연구원 모두의 원자력 안전 불감증, 심지어는 국민을 상대로 한 중대한 안전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20일 "정부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치하지 말고 원자력연구원의 해체를 포함한 전면적인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원자력연구원 정문 앞에 위치한 하천 토양에서 지난 3년간 측정한 평균 방사능 농도의 59배에 해당하는 25.5배크렐(Bq/kg)의 세슘이 검출됐고 이 시설 주변의 하천 토양에서는 세슘137 핵종의 방사능 농도가 최고138Bq/kg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는 주택가 한가운데서 일어난 사고로서 자칫하면 대전을 후쿠시마로 만들 수도 있었다고 주장한 환경운동연합은 원안위의 발표는 원자력연구원에 대한 뻔한 대책 발표만 있었을 뿐 사고 책임자와 그들에 대한 처벌은 담겨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원안위는 방사성 물질이 방출된 근본 원인으로 이 시설의 배수시설이 설계와 다르게 설치, 운영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995~2019년간 KAERI 정문앞 하천토양 방사능농도 분석 결과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사성물질 방출경로정상운전 경로 : ①→②→③→④→⑤→⑥→⑦ 순환, 중간저장조 수위 저하시 지하저장조에서 보충하고, 매년 운영종료시 지하저장조로 잔여 액체방폐물 회수

또한 시설 운영자들의 무능으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방출됐으며 이 시설이 운영을 시작한 1990년 8월 이후 30년 동안 매년 운전종료 시마다 바닥 배수탱크를 통해 지속해서 방폐물이 방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과미래 이정윤 대표는 "지난 1월 원안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원 자연증발시설을 조사할 당시 바닥 배수탱크 밑으로 방폐물이 흘러나가도록 인위적으로 만든 시설을 확인한 바 있다"며 "이는 원자력안전법에 저촉되는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으며 이를 2년마다 현장시설의 주기검사를 시행하는 원안위가 지난 30년 동안 이 사실을 몰랐다면 최소한 현장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직무태만, 알고도 넘어갔다면 공범"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조사결과는 좀 더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유는 다음과 같다.

▲이와 같은 조사에 필요 이상의 너무 많은 시간(1월 10일 ~ 3월 20일 현재)이 투입되었고 ▲원안위 사무처는 1월 30일 중간보고에서 빗물에 씻겨 나간 결과를 측정하여 방사능이 미미한 수준임을 공개하여 은폐하려 한다는 의심이 팽배 ▲3자 전문가가 조사결과를 그대로 발표한 것이 아니고 원안위 사무처에서 정리, 발표한 점 ▲이번 조사결과는 방사능 준위가 낮아서 문제가 없다는 것을 뒷받침하기에는 발표자료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난 과거 꾸준한 배출이 있었음을 시인하면서도 2019년 말 단 한번 25Bq이 미미하게 측정되었다고 밝힌 점 등이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원안위의 정보공개가 투명하지 않다는 지난 과거 모습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어 시민사회의 불만이 팽배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규제일원화를 주장하며 관리감독, 인허가 모두를 원안위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원안위의 능력과 신뢰에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이번 기회에 원자력연구원 처벌에 앞서 직무태만인 원안위의 잘못부터 강력하게 교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원안위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조사팀을 현장에 파견하여 인허가 단계부터 최근까지 검사기록, 시설운영 기록, 방사선환경 조사기록, CCTV 영상, 재현실험 등을 활용하여 조사한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방사성물질 방출원인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사성물질이 방출된 근본원인은 시설의 배수시설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승인받은 설계와 다르게 설치, 운영 되어왔기 때문이다.

자연증발시설은 극저준위 액체 방사성폐기물(185 Bq/ℓ 이하)을 지하저장조(860,000ℓ)에 이송받아 이를 끌어올려 3층의 공급탱크에서 2층에 길게 늘어뜨린 증발천에 흘려보내 태양광에 의해 자연증발시키고 남은 방폐물을 다시 지하저장조로 보내는 폐순환 구조로 설계하여 승인을 받았으나 실제 현장에는 인허가 받은 설계에는 없는 지하에 외부배관으로 연결된 바닥 배수탱크(600ℓ)가 설치됐으며 1층의 일부 배수구가 바닥배수탱크로 연결된 상태로 건설 및 사용(1990년 8월)되어 매년 4월~11월경 운영돼 왔다.

그동안 운전자들은 지하저장조(860,000ℓ) 외에 바닥배수탱크(600ℓ)가 별도로 설치된 상황을 몰랐고 1층의 모든 배수구는 지하저장조와 연결되어 폐순환되고 있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방출량 조사결과

CCTV 영상과 재현실험 등을 통해 방출량을 조사한 결과, 2019년 9월26일 필터 교체후 밸브를 과도하게 개방한 상태에서 미숙한 운전으로 2층 집수로에서 넘침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약 510ℓ의 액체 방폐물이 외부로 누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매년 11월경 시설 가동후 동절기 동파방지를 위해 운영을 중단하고 모든 액체 방폐물을 지하저장조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필터하단 배수구로 일부 방폐물(연간 470~480ℓ)이 바닥배수탱크로 유입돼 외부로 누출됐음을 확인했다.

▲방사성물질 방출로 인한 외부 환경영향 분석

매년 정기적으로 원자력연구원과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각각 독립적으로 측정한 방사선환경조사 기록을 검토한 결과, 그동안 매년 11월경 방사성물질이 방출됐음에도 하천수에는 모두 최소검출농도 미만으로 확인됐고 원자력연구원 정문앞 하천토양 방사능 농도는 지난해 4분기에 확인된 25.5 Bq/kg 이라는 특이값 외에는 특이사항을 보이지 않았으므로 외부로 미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조사팀은 그동안 분기별 원자력연구원 주변 방사선환경조사에서 특이사항이 없었던 이유가 세슘137 등이 토양 등에 잘 흡착되는 특성에 따라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출된 후 원자력연구원 부지내 우수관, 10개의 맨홀 등을 거쳐 정문앞 덕진천까지 약 1.5km를 흐르는 동안 연구원 부지 내 토양에 흡착돼 덕진천 등 하천수 및 하천토양에서 거의 검출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다만, 지난해 9월26일 운전 미숙으로 방출(510ℓ) 후 측정된 지난해 4분기 측정에서 특이값을 보인 이유는 지난해 10~11월 사이 강수량(200mm)이 많아 일부 방사성물질이 부지 외부로 희석되어 흘러나간 것으로 판단했다.

방출된 세슘137 등 방사성물질은 대부분 연구원내 우수관 표면, 맨홀 토사 등에 흡착돼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나 방사성물질이 전량 외부환경으로 방출됐다는 가정하에 연간피폭선량을 평가해 본 결과 지난해 방출량을 기준으로 하면 3.24×10-7~4.25×10-5 밀리시버트(mSv), 30년간 방출량을 한번에 방출한 것으로 가정했을 때는 2.08×10-6~2.72×10-4 mSv로서 일반인 선량한도(1 mSv)의 약 300만분의 1에서 3700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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