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원자력 안전은 우리 삶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현대의 고도문명 속에서 자칫 사소한 관리상의 실수가 발생되면 인명피해가 고도화에 비례하여 커지게 되므로 이를 지탱할 수 있는 고도의 안전문화가 필요하게 된다.

고도의 기술문명 중의 하나라고 하는 원전의 경우 영화 판도라에서 보여 주듯이 사소한 기기의 고장으로 격납건물이 파괴되어 재앙에 이르게 되는 사고로 확산됨을 보여준다.

사소한 기기의 고장에서 비롯된 이 영화의 발단은 우리가 바라보는 원전에 대한 공포를 단적으로 비춘다. 그 것은 어디선가 알지 못하는 사고에서 비롯된 미지의 공포이다. 수백만 개의 기기가 하나 같이 잘 돌아가야 하는데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내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공포는 가중된다.

방사선은 냄새도 맛도 없으며 나도 모르게 소리 없이 앓다가 생을 마감하는 화상에 준한 신체 손상과 암으로 고에너지로 발생되는 피해에 대한 대비지식도 없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이것이 대부분의 지난 대선 주자들과 마찬가지로 현 정부에서 탈핵 및 탈원전 정책으로 채택된 이유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원자력 이용을 규제하기 위한 안전규제당국으로 이러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안전하게 원전을 관리하는 안전지침과 규제를 시행하여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부 조직이다.

따라서 어느 정부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도록 법으로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되어 있다.(원안위법 제1장 제2조 운영원칙) 그러나 이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법적 유효성은 원안위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모든 노력에 방해가 되도록 외부에서 영향을 행사하는 경우가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원안위는 국민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을까’라고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원안위가 원자력 마피아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나름 노력하여 개선한다고 하고는 있지만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지 엄정하게 보고 스스로 뼈를 깎는 개혁을 하여야 한다.

만일 스스로 ‘변화’되지 않으면 촛불정부에서 보여준 그 동안의 과정처럼 국민에 의해 변화되도록 요구되기 때문이다. 원안위의 변화여부는 소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통은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며 이를 통해 신뢰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5월 한빛원전에서 격납용기 철판부식이 발생되었을 때 일반 시민들은 전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원안위의 원인규명 요구로 인해 장기 발전중단을 하고 있는 사실이 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조사확대 요구가 일어나고 지역 신문에 보도되기 시작하였다. 최초로 인지한 원안위의 원인규명 요구는 당연한 요구이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원인규명을 요구해서 장기 발전정지된 것이 한수원에 의해 지역에 알려졌으며 지역 주민들과 전 국민들에게 문제점을 알린 것은 원안위가 아니다. 지역 시민과 환경단체가 이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점차 관심이 커지게 된 것이다.

이후에 지역과 시민단체의 요구가 거세어지자 조사를 확대하다가 한빛 4호기에서 격납용기 콘크리트 벽체의 두께가 85%로 유지되는 공극이 발생된 사실이 지난 7월 27일 원안위 보도자료 발표로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해당 공극문제는 건설당시 작업자의 제보로 지역에서 책자로 발행되어 내려온 사실이 확인되면서 당국의 안전불감증은 도를 넘었다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면 원안위는 가장 중요한 주민과 소통을 한수원에게 맡기는 듯하다. 사업자로서 안전 책임자인 한수원으로 하여금 이들과 안전을 주제로 소통하도록 하는 것은 스스로의 책무를 망각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은 독립적인 제3자에게 안전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하는 것인데 한수원과 소통하라고 하면 전문적인 판단력이 없는 주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말이다.

특히 지난 7월27일자 원안위 보도자료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한 사업자 보고서를 검토 중’이라고 안전에 대한 입장도 없이 발표한 것은 이에 대한 원안위의 입장을 듣고자 하는 국민의 바램을 저버리는 일이다.

오히려 불안이 폭증한 지역주민들이 당장 동일 공법을 적용한 한국형 원전을 모두 정지시키고 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원안위가 사업자의 대변인이 아니라면 스스로 안전성에 대한 ‘독립적인’ 입장(안전)과 이에 따른 명확한 조치요구사항(규제)을 내 놓아야 하는데 이로써 원안위의 무용론을 또 다시 확인시키고 있다. 규제와 안전이 따로 노는 지난 정부의 무능함과 적폐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문제는 격납용기라는 안전설비가 미흡해도 당장 운전과 무관하며 철판 뒤에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 20여년간 운전되어 온 것은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원자력 안전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처럼 의도되었든 의도되지 않았든 은폐되었다가 밝혀진 사실들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놀란 일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난 위변조 사건 이외에도 한빛1호기 복수기 누설정지 때 확인된 모터구동보조급수펌프의 미작동, 한빛 3호기 누설정지 때 확인된 2차측 이물질 과다 상존, 모의후열처리 누락으로 전국원전 해당기기 재용접, 한빛 2, 고리 4호기 원자로 비파괴검사 부위 오류, 한국형원전 제어봉 구동장치 하우징 비파괴검사 부위 오류 등등 파헤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 같다.

이처럼 은폐형 안전문화는 지난 원전건설과 운전에 있어 공기준수와 높은 가동율을 보였는지 모르지만 가동연수가 높아지는 관계로 이젠 안전 관점에서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즉, 시민들의 양심제보와 함께 안전성 확인을 위한 안전조사를 전면적으로 무제한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현 정부는 안전을 위해 탈원전정책을 채택하고 추진 중이지만, 출범한지 100일이 지나도록 에너지 전환대책과 신고리 5,6 공론화 등 탈원전정책에는 적극적이지만 막상 진흥중심의 정책으로 묻어뒀던 안전현안들로 언제 문제가 발생될지도 모르는 시급한 문제엔 대책이 없다.

지난 6.19일에 탈핵 에너지전환 선언에서 국가 안보차원의 안전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하였지만 국가 재난에 준한 원자력 안전 및 방재대책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범 부처를 아우르는 콘트롤타워도 보이지 않아 안전의지도 의심시 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탈핵 에너지 전환 대책팀과 별도로 ▲원전에 대한 즉각적인 안전 전면 재조사 시행 ▲국가 원자력 안전 및 방재대책 콘트롤 타워 신설 ▲원안위 인적 쇄신 및 개혁안 수립 ▲국가 원자력 안전 및 재난 방재대책 수립 및 시행을 즉각 단행하여야 한다.

이것이 국가 안보에 준한 안전대책의 출발점으로 새롭게 출발한 문재인 정부가 과거 어느 정부 보다 성공적이길 염원하는 촛불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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