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시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경험 살려 예측 불가능 전략가 돼야

첫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참여정부 시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을 이끌었던 김현종 본부장은 지난 4일 정부세종청사서 열린 취임식에서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골키퍼 정신은 당장 버리고 협상 상대방을 예측 불가능하게 하는 전략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취임식 당일날 취임사에서 연설한 취임사를 정리한 내용이다.
 

[취 임 사]

 

존경하는 백운규 장관님, 산업통상자원부 직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새 정부의 첫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되어 새로운 출발을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된 것을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믿고 중책을 맡겨주신 대통령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통상교섭본부의 설치는 통상역량 강화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님과 우리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독립조직으로 새로 출발하는 통상교섭본부에 대한 우리 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무가 더욱 무겁게 느껴집니다.

직원 여러분, 제가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던 13년전, 이른바 FTA 지각생이었던 한국은 지금 아시아를 넘어 이제는 당당히 세계 52개 국가와 FTA를 체결한 우등생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통상 전력도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해야 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는 북한의 도발과 급변하는 국제정세 아래 선진국의 기술우위에 밀리거나 후발주자들의 맹추격에 따라 잡히지 않기 위해 전력질주를 해야만 하는 어려운 대외적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1956년 통계 작성 이래 58년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하였습니다. 꾸준히 해외시장을 확대하고 미래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새로운 통상정책이 긴요합니다.
10여년 만에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복귀한 저는 지금 변화한 환경에 맞는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 10년, 50년까지도 내다보는 그러한 통상전략과 정책을 수립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서 오늘부터 통상교섭본부 직원 모두가 전략가가 되기를 원합니다. 우리가 예측가능하게 행동하기를 원하는 건 협상 상대방뿐입니다.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골키퍼 정신은 당장 버려야 합니다. 상대방이 제기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수세적, 방어적 자세로 통상업무를 해나간다면 우리는 구한말 때처럼 미래가 없습니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교차로에 위치한 우리 민족은 지도자들의 통찰력과 안목 부족으로 임오군란, 갑신정변, 청일전쟁 그것도 부족해서 아관파천, 러일전쟁, 가츠라태프트 밀약, 을사늑약, 한일합방의 뼈아픈 경험을 했습니다. 지정학적 속성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통상 협상가 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국익을 지켜야 합니다. 상대방은 주인의식의 부재를 즉시 간파한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한발 나아가 창조적인 파괴를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보호무역주의와 포플리즘이 힘을 얻어 세계 통상의 틀이 바뀌었는데 기존의 예측 가능한 대응방식으로는 앞으로 총성 없는 통상전쟁에서 백전백패할 것입니다. 이제는 기존의 통상정책을 재탕, 삼탕하는 과거지향적인 정책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다른 결과를 원하면서 같은 방법을 쓰는 사람은 어리석다고까지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절실하게 부탁드린 이유는 제 과거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국가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운이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로마시대 극작가 Seneca(세네카)는 Luck is what happens when preparaton meets opporunity"라고 언급했습니다.
 즉, Luck=Preparation + Opportunity 입니다. 국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우리의 모범답안을 새로이 쓸 때입니다. 과거의 통상정책과 전략이 원교근공(遠交近攻)이었다면 이제는 성동격서(聲東摩西)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나아가 지정학과 에너지 이슈를 무역 관련 이슈와 융합해 우리 국익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법과 제도를 개편하여 도시 자유무역구, 대도시 자유무역구의 FTA 수준에 버금가는 협상도 추진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무역투자실을 통상교섭본부에 포함시킨 정부조직개편은 매우 적절한 결정이었습니다. 무역투자실과 뜨겁고 날카로운 토론을 하여 통상전략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대외협상은 국익증대를 위해 하는 것입니다. 부처 이익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떠한 협상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본원칙은 이익의 균형입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은 가능하지도  않고 유지될 수도  없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우리의 주요 교역 파트너들과 새로운 이익의 균형을 찾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경주해 나갈 것입니다. 그래야만 나중에 국민들 앞에서 당당하게 협상의 결과를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우수한 민족이라고 믿습니다. 한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채 보상운동, IMF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온 국민이 하나된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빠르게 선진국에 다다른 우리 국민의 능력을 믿어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녹록치 않은 대내외 여건 가운데 새로이 출범한 통상교섭본부가 국민의 높은 기대에 걸맞는 역할을 해나가기 위해 직원 여러분 모두의 지혜를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21세기의 통상환경은 과거처럼 한 두 사람의 역량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기회는 머리만 있고 꼬리가 없다보니 뒤에서는 잡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안이하게 상황을 판단하거나 오판할 여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간 통상 업무의 조직 변화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있었던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직원 여러분들이 다시 활력을 찾아 생동감 있게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백운규 장관님과 함께 통상조직과 인력을 지속 보강해 나가겠습니다. 인사는 적재적소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조직이 활기를 띄게 됩니다. 그리고 처신을 잘해서 보다는 실력과 능력 위주로 인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다양한 인적 구성원들이  각자의 전문성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앞으로 우리 미래의 통상과 투자 전략을 책임질 통상 인력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직원 여러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8.4 통상교섭본부장   김 현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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