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노동은 동전의 앞뒤, 노동은 인권의 관점에서 봐야 제대로 볼 수 있어
토요타 북미법인장의 성추문 스캔들은 배상금액 보다 기업 명성에 치명적 손상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용기회 제공은 광범위한 사회적 대화 속에서 이루어져야
ISO 26000 ‘노동관행’은 다양한 과제와 해결책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역할

조직의 외부 이해관계자로 가장 중시하고 있는 대상이 고객이라면 내부 이해관계자로 존중받아야 할 대상은 내부 조직원이다. 내부 조직원은 급여라는 금전적 인센티브를 통해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는 경영관리기법의 변화를 통해 현재는 다양한 인사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MIT공대 슬론 경영대학원의 Lester Thurow 교수는 연구보고서에서 미국 기업과 일본 기업의 인사정책과 관련하여 최고경영자 다음으로 중요한 임원을 묻는 질문에서 대부분의 미국 기업은 재무담당 임원이라고 대답한 반면 일본 기업은 인사담당 임원으로 대답한 내용을 보고 기업의 인사관리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지적한 적이 있다.

이처럼 인사, 즉 사람 중심의 경영이 경영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인적자산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음에도 크고 작은 조직에서 인사 관련 불상사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도무지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번 호에서는 조직문화의 내부 구성원을 인권과 노동의 중첩적 측면에서 현상을 파악하고 대안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 보고자 한다.

1789년 프랑스 국회가 헌법 서문으로 채택한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에 처음으로 등장한 인권은 권리에 있어 평등한 존재로써 출생하고 생존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인권 사상은 존 로크와 장 자크 루소가 주장한 자연권사상, 사회계약론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인간은 인간인 까닭에 고유한 권리를 가지고 이들 권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존재하는 것이기에 국가 이전의 권리로 보고 있다.

인권의 발전 역사에 있어 조직이나 시장의 행동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간섭에서 보호되어야 할 위치에 있었으나 근래에 와서 거대 조직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으로 인해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에서 조직은 인권보장에 책임이 있는 하나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유엔은 이러한 인권의 국제기준을 발전시켜 1990년대 중반까지는 현재의 틀을 만들고 많은 국가가 다양한 형태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권의 보편적 가치에 관한 국제적인 합의가 확립하도록 노력해 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가가 그 권력을 남용함으로써 인권침해를 유발한 것과 마찬가지로 조직도 내부 이익을 추구한 나머지 노동자의 착취, 혹은 자원의 수탈을 위한 노동력 동원 등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경제의 글로벌화는 다국적 기업의 영향력 증대가 선진국에서는 고용 문제와 사회적 약자의 배제 문제, 개발도상국에서는 노동조건, 노동착취의 사회안전망의 문제와도 연결돼 각국은 조직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와 제도를 정비해 왔다.

초기 산업시대에는 경영조직의 일부분인 조직원은 분명 기계 부품에 불과한 존재로 인식되어졌고 비용-편익의 분석 대상이기도 했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인권문제가 사회화되고 경영자원 중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면서 조직원의 권리 향상을 위한 윤리적 문제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은 초기 산업시대의 제도적 잔재가 아직도 개선되고 있지 않았다는 점, 조직원을 목적으로 보지 않고 목표 달성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규범은 예리한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임금 등 노동조건도 다른 재화와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교환관계에서 결정된다는 원칙이 지배적이라는 논리가 팽배한 가운데 노동자와 경영자는 교환관계에서 교섭력에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로 인해 노동자는 최저생계비의 임금이나 인간의 존엄성이 상실될 수 있는 형태로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는 현재적 상황 또한 존재한다. 즉 빵과 자유의 선택에서 인간의 기본적 생존권이 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 속성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이라는 고용관행을 오랫동안 유지해 오던 미국은 한 때는 명확한 기준 없이 근로자를 승진 혹은 해고하는데 대해 사회적 규범과 법적 규범이 고용주에게 관대하던 시절이 있었다. 적어도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고용주와 비정규직 사이에서 고용주는 언제라도 해고할 권리가 있고 비정규직 근로자는 언제라도 퇴직할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이를 ‘공평성의 원칙’이라고 자부해 왔다.

그러나 근로자의 권익에 대한 사회적, 국제적 인식이 부각되고 기업도 근로자에 대한 가치평가를 재검토하면서 근로자의 인적 자원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교육, 훈련이 개발되면서 조직은 내부의 중요 이해관계자로 이들과 대화의 필요성을 각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직원의 인권은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는 조직문화에 뿌리를 두어야 함에도 우리의 조직문화는 상당히 일탈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인권은 구호로 외치는 것이 아님에도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인권침해 사건은 언론매체 여기저기를 장식하고 있고, 정보가 발달하면서 그 양상도 교묘해지게 나타나고 있다.

유독 폐쇄적이고 동양적인 문화적 토양에 뿌리를 둔 탓인지 오늘도 조직 내의 성추행 추문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공식·비공식을 불문하고 발생하는 성추행 관련 소식은 ‘남녀고용평등법’이라는 엄연한 실정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상당히 난감하다.

2006년 미국 뉴욕주 법원에 제소된 토요타 북미법인장의 여비서 성추문 스캔들은 1억 9천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소송 사건으로 일본 도요타 본사도 소송 당사자로 끌어 들인 거액의 성추문 소송사례는 배상금액보다 이로 인한 기업 이미지 실추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 사건이었다. 
인권은 조직 내 실천적 의지가 절대적이다. 우선 차별에 대한 편견을 없애겠다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차별의 유형은 성별, 연령별, 지역별, 학력별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조화롭지 못한 망국적 발상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차별은 차치하더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노동조건에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조직원 인권의 또 다른 측면은 안전한 근로환경의 제공이다. 쾌적하고 안전한 근로환경 제공은 조직원의 신체와 생명의 안전보장을 위해 마땅히 제공받을 기본권이다. 금전적 보상이 안전에 대한 반대급부라는 그릇된 인식이 지배적 문화에서는 조직원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없다. 금전적 보상은 모든 안전 조치가 수반된 것을 전제로 제공한 노동에 대한 보상이라는 인식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직 의사결정자는 그 선후를 착각하고 있어 보인다.  급기야 국내 인력 수급에 차질이 있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가 그 자리를 대체하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연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심증만 있지 정확한 통계도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의 인권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난감하기만 하다.

사회가 복잡하고 그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직업군은 보다 세분화되어 간다. 어느 순간부터 감정노동자라는 직업군이 생기면서 그들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과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관련 보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우리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일본도 경쟁일변도의 사회구조 속에서 최근 과다 근로에 의한 과로사의 사회적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인권의 관점에서 노동조건은 절대적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얼마 전 지하철 플랫폼 스크린 도어를 보수하다 들어오는 전동차에 목숨을 잃은 사건으로 사회가 떠들썩한 적이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유사한 직종에서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사회적 검증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세계적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나이키는 방글라데시 소년의 축구공 제조 현장을 찍은 한 장의 사진으로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된 뼈아픈 추억이 있다. 일종의 아동노동착취라는 오명을 쓰면서 전 세계적으로 나이키용품의 불매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이후 나이키는 자사 제품을 생산하는 개발도상국의 모든 Value Chain 에서 아동노동착취를 근절하기 위한 매의 눈으로 철저한 감시를 하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다행이다.

글로벌 경제에 맞는 글로벌 조직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부정할 수 있는 인권의 본령을 보여 줄 시점이다. 많은 조직이 사회적책임을 이야기하면서 소외된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보듬어 주려 노력하고 있다. 긍정적 변화의 힘이다. 다만 일시적 행동이 아닌 항상적 행보를 보일 필요가 있다. 아직도 많은 조직이 은밀하게 보이지 않는 차별을 자행하고 있다. 특히 해외 진출 기업에서 이런 일탈된 행위가 보고되어 있어 씁쓸하기 그지없다. 동남아에서 발생하는 성추문과 폭행 등은 선의의 많은 동족 기업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넘어 온다.

인권과 노동은 동전의 앞뒤와 같고 동일한 뿌리에서 파생된 인간 중심의 가치이다.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동일한 가치에서 평가하고 보호돼야 한다. 자유를 주면서 빵을 뺏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며, 빵만으로 고용의 소임을 다했다고 치부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일자리 부족으로 사회가 좌불안석이다. 특히 청년실업으로 미래가 암울하기만 하다. 본격적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거 생산현장에서 이탈되면서 이들에 대한 노후안정도 우울하기만 하다. 그나마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계층에서도 고용불안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저출산 고령화의 사회적 인구구조 속에서 자칫 인권이 소외되기 쉬운 사회현상이 만연할 것 같은 불안감뿐이다.

제4차 산업혁명도 이러한 불안한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있다. 기계에 의한 일자리 대체, 고도의 숙련된 조직원과 단순화된 작업으로 양분되는 고용구조 속에서 빵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미래학자의 전망은 수저 색깔에 대한 사회적 비관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조직이 인권과 노동에 관한 사회적책임에 대한 무게를 무겁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직도 생물이다. 살기 위해서는 자기번식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무장이 너무 안 되어있다.

그렇다면 조직은 인권의 범주에서 노동의 사회적책임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 국제표준화기구(ISO)는 ISO 26000에서 조직이 해결해야 할 과제와 구체적 행동 예를 제시한 자료가 있다([표-1]).

[표-1 ISO 26000 노동관행에 대한 가이드라인]

신자유주의의 물결은 양극화의를 파생해 이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반성으로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특히 고용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만들기는 비단 우리만이 아닌 전 세계적 과제로 정책 담당자들의 대안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사회적 협동조합, 사회적공동체와 같은 조직을 통해 고용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자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나, 프로그램 면면을 보면 지극히 지엽적이라는 점에서 본질적 접근에는 한참이나 괴리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대선 정국을 맞아 각 당 후보들의 공약도 부분적 정책에 그치지 않아 실효성 있는 고용 정책이 될 지에는 의문이 있다. 그래도 작은 것부터 실천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만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인권의 틀에서 고용을 바라볼 경우 포괄적이고 종합적 정책 대안이 현실성 있게 제시될 것이며, 이러한 정책의 울타리에서 활동 영역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전체의 틀에서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작은 행동들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인권의 큰 그림에서 노동의 片鱗을 세밀하게 관찰하겠다는 자세가 사회적책임의 이행 수단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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