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을 걱정하고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은 기술의 완벽성의 문제라기보다 안전의 인식 소통의 문제“

19대 대선을 앞두고 에너지정책에 대한 각 정당별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눈여겨볼 부분은 원전정책의 지속가능 여부다. 현재 유력후보로 꼽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모두 원전정책에 대해 냉소적 접근을 하고 있는 상태. 오는 2022년까지 설계되어 있는 현재의 원전정책 마저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확정했던 삼척 울진 신규원전 2기도 지속될 지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원전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안전한 원전을 모토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원전 운영능력에 있어서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한수원. 국민들의 눈높이에 얼마나 부응할지 관심사다. 이에 이종호 기술본부장을 만나보았다. 이종호 기술본부장은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한전에 입사, 현재 한수원 기술본부장(CTO)으로 재직중이다.     

1. 최근 한수원이 안전을 최우선하는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기술본부장으로서 한수원 입장을 말씀해주시죠.

원자력에 있어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는 않는 최우선의 핵심 가치입니다. 후쿠시마 사고, 경주지진 이후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원전을 걱정하고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은 기술의 완벽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안전의 인식(소통)의 문제입니다.

한수원 기술본부장으로서 원전의 안전성을 국민들께 제대로 설명을 못하여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수원이 원전의 안전성 향상을 위해 기술개발을 지속함과 동시에 국민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때까지 원전의 안전에 대해 국민들과 소통하고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 최근 고리4호기 사고에서 보여지듯 노후원전에 대한 한수원의 좀 더 확실한 안전점검 및 노후장비 교체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본부장님의 견해는?

고리4호기에서 발생한 증기발생기 배수밸브 누설원인을 현재 조사 중에 있어 속단할 수는 없지만 노후 원전이라고 해서 발생된 것이 아닙니다.

한수원은 원전 운영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설비관리 프로그램의 활용 등 실시간 설비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재질 및 성능이 저하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경년열화관리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설비상태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 18개월마다 계획예방정비를 수행하여 주기적으로 시험 및 점검, 설비교체 및 정비를 통해 설비 성능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2012년부터 20년 이상 장기원전에 대해서는 약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선제적으로 설비를 교체하고 있으며 중장기 설비 투자계획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적이고 계획적인 설비개선 계획을 운영함으로써 원전설비의 안전성을 최고로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10년마다 수행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주기적안전성평가(Periodic Safety Review, PSR)를 통해 성능이 저하되거나 문제가 예상되는 설비는 사전에 정비 또는 교체 등의 조치를 하여 수명기간 동안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3. UAE원전 수출 이후 우리나라 원전기술 수출이 주춤한 상태입니다. 그 이면에는 안전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상대국에서 한국원전 안전문제를 걸고 나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 묻지 않을 수 없군요.

UAE 원전 사업은 엄격한 국제기준 적용에도 인정받고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On Budget On Schedule 원전 건설사업으로 전 세계의 모범 사례입니다.

이러한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기술력은 미국 휴스턴대학 에너지전문가 그룹(에너지 팰로우즈)에서 성공 모델로 인정할 정도로 뛰어납니다.

지난 3월14일 미국 포브스지에 실린 기사를 보면 “University of Houston Energy Fellows-
◇원자력은 안정적 기저부하 전력이며 탄소 감축의 기술적 해결책이지만 미국 내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지 못했다(도시바 사태 등)
◇ 한국은 기술표준화 및 중앙집중화로 UAE에 모듈화 공법을 활용한 원전 건설로 kWh당 발전비용이 미국의 절반 수준, 미국 원자력산업이 모델로 삼아야 한다.
◇ 흥미롭게도 중국은 한국 모델을 모방하고 있으며 향후 20년간 중국에서만 30개 이상의 신규원전이 계획되어 있는 등 세계적인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원전시장은 정부간 협정을 통해 사업자가 결정되는 등 국가대항전 형태가 대세를 이루고 있으며 UAE 사례를 제외하고 발주국의 경제여건이 좋지 않아 사업진행이 더딘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 우리나라가 UAE에 원전을 수출한 2009년 이후 러시아와 중국이 각 정부의 강력한 수출주도와 풍부한 재원조달능력을 바탕으로 원전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따라서 한국원전의 안전문제가 수출의 장애요인이라는 근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신고리 원전 3호기 건설 초기단계에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후속조치를 적극 반영하여 지난 연말 세계 최초로 3세대 원전을 안전하게 준공한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다른 글로벌 원전공급사들이 국내외에서 건설하는 3세대 원전이 장기간의 공정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의 UAE 원전은 현재 건설과 시운전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전세계인의 감탄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수출노형(APR 1400)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적 공인을 얻기 위한 노력도 계속 진행 중으로 지난 2015년 3월 미국 규제기관인 NRC(Nuclear Regulatory Commission)의 사전심사를 통과하였고 오는 2019년 5월 최종인증 목표로 본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안전성 측면에서 EU 기준을 만족하는 유럽형 신규노형(EU-APR)을 개발하였고 올 연말까지 유럽사업자(EUR) 인증을 목표로 본심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4. 노후원전에 이어 고준위방사성물질 처분이 코앞의 숙제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수원 대책을 말씀해 주시죠.

작년 7월 정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하여 중장기적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한수원은 정부의 기본계획에 따라 중간저장시설 가동 전까지 사용후연료를 한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원전 내에 임시저장시설 확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월성 원전은 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인허가 심사 중에 있으며 고리, 한빛 원전은 사업 기본계획 수립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의 정책 수립과 진도에 맞추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실행하겠습니다.

5. 원전 안전 운영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월등히 나은 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원전시장 진출 가능성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운영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며 평소에 원전을 안전하게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낮은 비계획정지율을 자랑하고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의 안전성능 종합지수(2016년 3분기, 10기 이상 원전운영사 대상)에서 88점으로 미국의 엑셀론(EXELON)사에 이어 2위를 차지하였습니다.

한수원은 스탠다드 엔지니어링 모델(형상관리프로그램, 발전정지 유발기기(SPV, Single Point Vulnerability) 감시프로그램, 설비관리프로그램(PMP, Preventive Maintenance Program) 등)을 개발?적용함으로써 원전설비의 안정적 운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한 설비고장으로 사건/사고 발생시 책임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 즉각적인 상황 대처를 어떻게 잘 했느냐가 중요하므로 분기별 우수 엔지니어링 직원을 포상하는 등 상시 위기대응역량 제고를 장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전수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축적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운영기술과 건설역량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은 물론 유럽, 중동에도 추가 원전 수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경우는 중국이 자체 건설?운영 능력을 확보한 상태이므로 시장 진입을 섣불리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6. 경주 지진 이후 여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내 원전이 지진에 안전한지 국민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가동중인 원전은 국내 발생 지진 최대치인 규모 5.2의 약 90배 위력인 규모 6.5에도 끄덕 없는 내진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규모 7.0은 작년 9월 경주지역에 발생한 지진규모 5.8보다 에너지가 64배 큰 수준입니다.
한수원은 지난 3월 신월성 1,2호기 원전의 안전정지계통에 대한 내진성능 보강을 완료함으로써 월성원자력본부에 있는 6기의 원전 모두 규모 7.0(0.3g)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게 되었습니다.

7. 마지막으로 한 말씀.

오는 5월9일 대선을 앞두고 에너지 정책 수립에 있어 원전은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닙니다. 모든 에너지원은 장단점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에너지안보, 기후변화대응 등을 고려할 때 원자력의 역할은 지속되어야 하며 우리나라 여건상 원자력 발전 없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다소비, 인구밀집지역인 국내 여건상 부지확보 및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고리 5,6호기를 태양광으로 대체할 경우 부산의 2/3에 해당하는 대규모의 부지면적이 필요합니다.

또한 원자력 산업은 고부가가치 기술집약 산업으로 지금까지 국가 경제발전을 견인해왔고 미래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입니다.

원자력 에너지는 경제적이기 때문에 서민의 에너지이며 중소기업의 에너지입니다. 그 혜택이 중소기업과 어려운 이웃에 돌아갑니다. 따라서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원의 선택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환경, 경제, 안보 및 산업 경쟁력 등을 고려하여 면밀한 검토와 국민적 합의를 통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원전 비중을 결정하고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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